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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가을 문을 연 이곳은 팥을 주재료로 트렌디한 맛을 선보이는 카페. 아크앤북, 성수연방 등 공간 큐레이션으로 잘 알려진 기업 오티디코퍼레이션이 론칭했다. ‘적당’은 ‘적당한 찰나를 빚는다’는 슬로건 아래 적두(붉은팥)로 만든 다과를 판매한다. 팥은 철분이 풍부해 빈혈에 도움이 되고, 비타민 B1이 지방을 분해하여 다이어트에도 도움이 된다고 알려져 있다. 요리 서바이벌 프로그램 마스터셰프 코리아2에서 준우승을 한 김태형 셰프가 운영을 도맡았다. 주력 메뉴인 양갱은 오랜 시간 공들여 팥을 쑤고 갖은 재료를 더해 이곳만의 독특한 풍미를 자랑한다. 밤양갱, 녹차양갱, 밀크티양갱, 헤이즐넛양갱, 흑당양갱, 오렌지양갱, 라즈베리양갱, 피스타치오양갱 등 기존 양갱을 한층 세련되게 재해석해 눈길을 끈다. 양갱에 건강하고 맛있는 재료를 조합해 새로운 맛을 선보인 것이 특징이다. 음료 중에서는 팥라떼가 단연 인기다. 과하게 달지 않고 입안에 퍼지는 은은한 맛이 좋아 남녀노소 즐겨 마신다. 이외에도 과일차, 엘더에이드 등 다양한 마실 거리를 즐길 수 있다. 대나무가 훤히 내다보이는 통유리창 앞에 앉아 도자기 접시에 정갈하게 담아 내오는 양갱을 맛보자. 복잡한 도심 속에서 고즈넉한 시간을 보내기 더없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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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대 인근 제철 요리 카페인 ‘수카라’의 오너와 매니저, 스태프가 힘을 모아 ‘큔Qyun’이라는 발효 카페를 오픈했다. 이곳에서는 균(菌)을 활용해 발효 숙성시킨 재료로 독특한 샌드위치와 음료를 선보인다. 식물성 재료를 직접 발효시켜 만든 페스토와 절임 등을 판매하기도 한다. 찜채소와 시소-바냐카우다 핫 샌드위치는 대관령 가을무와 강화 연근, 보성 단호박을 쪄낸 뒤 시소발효페스토와 바냐카우다소스를 더해 구워냈다. 기적의 채소라 불리는 비트로 만든 오늘의 수프도 인상적이다. 충청남도 홍성에서 재배한 비트를 뭉근하게 끓인 뒤 시오코우지로 감칠맛을 더한 진한 분홍빛 수프에 식물성 캐슈발효치즈를 올려 준다. 진저에일은 직접 농사지은 생강을 졸음을 참아가며 밤새 졸여 만든 진저시럽과 제주 농장의 레몬착즙액으로 맛을 냈다. 맛있게 먹다 보면 마치 발효가 마법을 부려 금세 건강해지는 기분이 든다. 발효의 지혜를 경험할 수 있는 워크숍 등은 인스타그램에 공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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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과 땅 사이, 자연에 순응해 숨어 있는 깊은 맛을 찾아낸 곳이 있다. 한식의 오랜 지혜를 바탕으로 그 귀함을 켜켜이 쌓아 올린 ‘가온’이다. 가온은 황홀하되 진하지 않고, 담백하되 세련됨을 잃지 않는다. 조선 최고라 할 왕의 수라상을 모티브로 한 요리들이 특히 돋보인다. 왕의 음식을 주제로 산천과 바다에서 철 따라 얻은 재료를 풀어낸다. “최고 재료를 찾아내 그 재료가 지닌 맛을 연구하고 숨어 있는 깊은 맛과 향을 전하려 합니다.” 가온 김병진 총괄 셰프의 말이다.가온은 광주요 그룹이 운영하는 한식 파인다이닝 레스토랑으로 미슐랭 가이드 4년 연속 3스타를 받았다. 내부는 식기와 술, 음악, 실내 장식, 서비스가 완벽하게 조화를 이루고 있다. 한국의 식문화가 단지 맛 그 자체에만 있는 것이 아님을 알리기 위해서다. 디너를 주문하면 가장 먼저 따뜻한 차를 내오고 그다음으로 와송즙이 나오는데 묘하게 케일주스와 닮았다. 바닷가재 살과 오이, 참외를 잣즙에 무친 냉채 바닷가재잣즙무침, 볏짚에 훈연한 풍천장어 등 코스 요리 하나하나가 정성스럽다. 마지막 메밀차와 쌀두유빙과로 입가심을 하고 나니 어느새 원기가 충전돼 새로운 힘이 차오르는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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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호영 셰프가 문을 연 청담동의 모던 한식 파인다이닝 ‘옳음’. 옳다 또는 바르다를 의미하는 우리말에서 따온 이름이다. ‘정직한 음식을 만든다’는 철학 아래 선보이는 한식을 보다 새롭게 만나볼 수 있다. 옳음의 가장 큰 포인트는 바로 탁 트인 오픈 주방. 식재료 손질부터 요리가 완성되기까지 모든 과정을 직접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 모든 요리는 서호영 셰프의 손을 일일이 거치는데, 완벽한 요리를 선보이려는 셰프의 성격이 그대로 반영되었다고 볼 수 있다. 그만큼 자신 있다는 소리다. “오픈 주방을 택한 이유는 손님들에게 모든 것을 보여준다는 의미도 있지만, 사실은 제가 손님들의 생생한 반응을 보기 위한 것이 더 큽니다. 손님들의 표정이나 반응, 작은 손짓 하나까지도 직접 눈으로 확인하고 바로바로 피드백하기 위해서죠.” 식재료 또한 부모님이 직접 재배한 유기농 채소를 사용하고, 육류도 신선도를 위해 가까운 농장에서 직접 들여온다.옳음의 요리는 장르를 넘나드는 창의적인 조리법으로 완성된다. 해외에서 익힌 여러 나라의 조리법을 접목해 익숙하면서도 새로운 한국의 맛을 표현한 것이 특징이다. 그 안에는 누구나 쉽게 한식을 접할 수 있도록 고심하는 서호영 셰프의 작은 디테일을 엿볼 수 있다. 호불호가 있는 전통장이나 젓갈을 소스에 녹여내거나, 향과 맛이 잘 어울리는 음식과 절묘하게 페어링해 누구나 거부감 없이 즐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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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판 하나 없는 부암동의 조용한 티룸 ‘이음 티하우스’의 문을 열고 들어서면 창 너머로 푸릇푸릇한 산과 정원이 내다보인다. 자리를 찾아 앉으면 박주현 대표가 ‘설우요’의 찻잔과 개완을 내놓는다. 불필요한 움직임 없이 조용하고 빠르게 차를 우린 다음 꿀 향이 감도는 ‘동방미인’ 잎차를 찻잔에 가만히 따른다. 차에서 어떻게 이런 향기가 날 수 있을까 싶다. “대만 우롱차의 매력이에요. 각각이 가진 향을 최대한 해치지 않으면서 깊이 있는 맛을 전달하죠.” 평소 대만 차를 즐겨 마시던 3명의 친구가 함께 운영하는 이음 티하우스는 지난해 대만 차 수입사로 시작해 이제는 티룸으로 대만 우롱차 애호가들 사이에 잘 알려져 있다. “프라이빗한 티룸으로 적은 인원만 예약을 받고 있어요. 차를 즐기시는 분들을 대상으로 운영하다 보니 간판이 필요치 않더라고요.” 중국에서 보이차를 배우고 대만의 정부기관인 대만국립차업개량장에서 다원 관리 업무를 담당했다는 티 큐레이터 박주현 대표의 말이다. 그는 현지 다원에서 가장 좋은 시기에 생산해 가공한 차를 들여오기 위해 애쓴다. 이음에서 운영하는 ‘티 테이스팅 코스’에 참여하면 더욱 깊이 있는 시음이 가능하다. 차를 내려 주는 사람인 팽주(烹主)가 세 종류의 찻잎을 골라 대접하는 자리로 차의 맛과 향, 다원의 특징 등을 들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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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식동원(藥食同源), 음식과 약은 그 근원이 같아 좋은 음식은 곧 약과 같다는 말이다. 조선시대 궁중의 육처소 중 하나였던 생과방(生果房)에서는 왕과 왕비를 위해 몸에 좋은 생과(生果), 전과(煎果), 다식(茶食) 등 별식을 준비하곤 했다. 바로 이 생과방을 현재의 경복궁에 고스란히 재현했다. 조선왕조실록을 토대로 실제로 임금이 먹었던 다양한 궁중병과와 궁중약차를 소환해 누구나 즐길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가슴이 답답하고 열이 나는 번열과 갈증을 겪던 중종에게 올렸다는 다섯 가지 맛을 지닌 오미자차는 막혀 있던 몸의 순환을 일순간에 풀어준다. 숙종과 영조의 건강관리를 위해 만든 궁중약차 감국다(甘菊茶)는 번뇌가 있거나 화가 날 때 마음을 가라앉히는 효능이 있는데 향도 좋다. 여기에 정성이 깃든 약과와 떡까지 곁들인다면 어느새 궁중다과를 음미하는 치유의 시간 여행에 합류한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게다가 고운 한복 자태를 뽐내는 나인의 살뜰한 안내 또한 여행자의 마음을 다독인다. 매년 특정 기간에만 한시적으로 선보이는 공간으로, 경복궁을 거닐다 마치 선물처럼 생과방을 발견하게 될 지도 모른다. 그때는 반드시 조선시대의 왕가의 품격 있는 디저트를 맛보고, 몸과 마음의 행복을 충전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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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조리서를 바탕으로 궁중음식과 반가, 즉 양반 집안의 계절 음식을 선보이는 곳이 있다. 이번 시즌에는 조선 말기의 조리서 시의전서에 기록된 요리를 재현해 상에 올렸다. 드라마 대장금의 궁중요리를 총지휘했던 김지영 셰프의 공간 ‘규반’이다. 궁중의 복달임(복날에 고기붙이로 국을 끓여 먹는 풍습) 음식 재료였던 민어로 만든 면어편채와 상추쌈 차림인 천리찬과가 차례로 나온다. 천리찬과는 시의전서에 소개된 고기 좌반의 형식을 따랐는데, 똑똑 썰어 양념했다고 해서 이름 붙인 장똑똑이, 최고급 한우 등심을 양념해 구운 너비아니, 절미된장초치 등과 잎채소가 함께 나온다. “근거 없는 음식을 상상으로 만들지는 않아요. 책을 찾아보고 연구 논문도 많이 봐요. 전문가들의 이야기도 듣고요.” 메뉴는 크게 두 가지인데 제철 식품과 시절식을 중심으로 한 정식인 ‘오찬’, 저녁모임이나 미팅을 위한 코스 또는 한상차림 ‘만찬’이다.당일 가장 신선한 제철 식품으로 음식을 만드는데, 재료는 모두 당일 배송, 당일 소진을 기본으로 한다. 규반은 세 개의 프라이빗 룸이 마련돼 있으며 사전예약제로 운영한다. 신선한 맛을 내기 위해 재료를 미리 손질해두지 않고 냉동 보관도 허용치 않다 보니 정해진 인원만 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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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유리창으로 서울숲이 내려다보이는 2층 공간에 널찍한 티 바bar가 눈길을 끄는 ‘맛차차’. 성수동에 자리한 맛차차는 말차를 비롯한 스페셜티 티를 선보이는 곳이다. 이예니 대표는 “한 잔의 차와 더불어 평온한 순간을 느끼길, 소소한 행복을 담아 가길 바란다”고 말한다. 차를 끓여 내놓는 팽주의 안내에 따라 잎차를 먼저 마셔보았다. 코끝에 닿아 기분까지 좋아지는 향긋한 향, 입안에 은은하게 퍼지는 섬세한 맛을 느낄 수 있었다. 잔뜩 긴장되었던 몸과 마음이 차의 향기와 함께 느슨해진다. 더불어 적당히 따뜻한 차의 온도가 마음까지 사르르 녹여주는 경험을 할 수 있다.맛차차는 국내 다원에서 생산한 시즌별 스페셜티 티와 다식으로 구성된 티 코스를 선보인다. 네이버 예약을 통해 1인 혹은 2~3인이 티룸에서 프라이빗하게 티 코스를 즐길 수 있는 게 장점이다. 원데이 클래스는 잎차와 말차로 세션을 나누어 진행하는데, 팽주의 안내에 따라 참여자들이 차와 다식을 제대로 즐길 수 있도록 한다. 90분 동안 차향 가득한 공간에서 편안한 시간을 누리기에 제격이다.